SOCIO STORY | 2017. 4월 호
[자화상 칼럼] 화장 하고 싶을 때만 화장할 수 있기를…

 

생얼(화장하지 않은 민낯)로 출근한 한 아르바이트생에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직장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너 일할 준비가 안 됐구나.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와. 그게 뭐냐?”

커피전문점 매니저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정돈되고 준비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라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근로를 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과도한 간섭이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기준의 준비된 모습을 요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또 그것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성차별이다. 우리 사회 속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성차별적인 요소들은 이러한 아르바이트 공간에서도 예외없이 존재한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일반 직장도 아닌 아르바이트를 할 때조차 여성으로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나만 모르고 있었지, 사실 많은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화장을 포함하는 까다로운 용모단정 규정을 지키면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근로자는 용모단정 규정을 따를 의무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용모단정 의무’란 사용자가 사업의 내용에 따라 근로자의 복장이나 두발 등 용모에 관해 일정한 규율을 설정한 경우 그 규율이 사업운영에서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규율은 기업의 고객에 대한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사업 운영상 필요한 범위에 한정된다. 실제로 카페, 영화관, 서빙 등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손님과 대면하는 곳일 경우 대부분 용모단정에 관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과도한 규정을 설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가맹점 내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민낯 금지, 생기 있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권장과 수시 점검을 통한 깔끔한 상태 유지, 스모키 메이크업을 금지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남성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해선 깔끔한 면도와 코털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내용만 있었다. 또 CGV는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앞머리, 뒷머리, 옆머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있고, 생기 있는 피부화장을 반드시 하되 옅은 눈 화장과 붉은 립스틱을 필수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빵을 팔거나 영화관에서 일하는데 왜 립스틱의 색까지 규제해야 하는 것일까. 이는 명백히 과도하고 부당한 규정들이다. 사실 남성 아르바이트생의 경우에도 수염을 기르는 것이 고객에게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주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면도해야 한다는 것도 부당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용모 단정 규정은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더 세세하고 부당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 대부분 업소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이런 과도한 규정을 따르지 않을 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일례로 CGV는 화장이 규정에 어긋난다고 마일리지를 감점한 사실도 있다. 아르바이트할 때 어느 정도 이상의 마일리지가 감점되면 퇴사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런 규정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 때문인지 현재 “용모단정” 규정은 완화되었다는 곳도 있다. 하지만 완화되었다는 소문과 다르게 우리는 영화관, 빵집 등에서 안경을 끼고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낮의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찾기 힘들다. 왜냐하면 규정은 완화되었지만 여성을 대하는 사람들의 사고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가꾸고 치장하고 아름다워야 했다. 이는 단순 자기만족이 아닌 남성을 위한 행위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는 이제 자본주의 속에서 외모와 관련된 산업을 발전시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 매체는 외모의 사회적 가치와 상품적 가치를 강조하고 그 정당성과 효용성을 과대 포장했다. 그 결과 사회 속에서 여성들에게 키, 몸무게, 생김새 등 외모적 조건이 강제되었고, 사람들은 여성의 외모가 여성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에 빠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손쉽게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관리하는 사람이나 손님 또한 여성 아르바이트생의 외모를 쉽게 평가하고 말한다. 이는 쉽게 여성아르바이트생에게 꾸미기 노동 압박으로 이어졌다. 알바노조가 2017년 2월 8일부터 26일까지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 4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용모 단정’을 이유로 벌점이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또 근무 중 손님이나 고용주 등으로부터 외모 품평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98%에 달했다. “업주가 렌즈를 안 끼고 안경만 써도 ‘왜 안경을 끼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업주가 조회시간마다 무작위로 직원 한 명을 뽑아 앞에 세워두고 메이크업, 복장의 부적절함을 평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르바이트할 때 ‘외모를 꾸며야 한다’고 압박을 받는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점수화했을 때 응답자 평균 5.9점 정도의 정신적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례는 내 주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피자몰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구의 경우에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교육을 받을 때 남자 아르바이트 지원생보다 더 많은 용모단정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지만, 매장의 깔끔한 이미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아르바이트생의 경우 민낯 금지, 안경 착용 금지, 검은색 단화와 검은색 슬랙스 바지를 입어야한다는 내용과 화장은 깔끔하게 하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함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남성아르바이트생의 경우엔 면도 및 종류 상관없이 검은 신발과 검은 바지를 입고오라는 이야기만 했다는 말을 했다. 내 친구는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지만 결국은 남성에 비해서 훨씬 세세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친구는 일을 하면서 매니저에게 화장에 대한 많은 지적을 받았고 그때마다 친구는 일과 화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이야기했었지만, 결국은 매니저가 요구하는 용모 기준을 맞추어서 화장했다. 아마 카페, 음식점, 영화관 같은 곳에서 한 번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해본 여성이라면 다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이런 꾸미기 노동 강요는 여성아르바이트생에게 남성 아르바이트생보다 일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든다. 이는 남성과 달리 과도한 용모단정 규정을 통해 여성에게 일정 비용을 강요함으로서 실질적인 임금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알바노조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화장, 복장 등의 준비를 위한 시간은 하루 평균 40분이 걸렸다. 10분이면 되는 남성에 비해 훨씬 길었다.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근무환경에 맞는 ‘꾸미기 노동’에 하루 평균 30분을 더 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최저 임금으로 환산하면 남성 아르바이트생에 비해서 매일 3230원을 덜 받고 일하는 것이다. 또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은 직장에서 요구한 꾸미기 노동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자비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화장하기 위해서 화장품을 사거나, 위생을 위해서 머리망을 사거나, 규정에 맞는 신발을 구매하거나, 복장 규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비용을 업자가 지불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은 꾸미기 노동비용에 매달 평균 2만4600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여성아르바이트생이 꾸미기를 위한 물품 구매로 인해 실질적으로 매달 약 4시간을 무급으로 일을 하는 것이고, 결국 같은 일을 하는 남성 아르바이트생에 비해서 더 적은 임금을 지급 받는 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에 대한 용모단정 규정이나 사회적 인식”이라는 형태를 띄고는 있지만, 이는 나아가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남녀 임금 차별이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말했지만, 여성은 어떤 순간에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져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심코 여성에게 어떤 순간에서나 성적 대상화가 되기를 요구하고 강요하고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 실권을 가진 남성은 성적인 선택의 권리를 더 많이 행사하고, 반대로 여성은 선택당하는 대상이라는 의식이 당연시되었던 것이 아직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셈이다. 사전에 등재된 용모단정 의무에 비추어 봤을 때도 지금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꾸미기 노동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나는 여성이 화장하지 않는 것이나 매력적인 모습을 하지 않는 것이 고객에 대한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이제는 근로자에게 청결과 위생을 위한 용모 단정 규정 이외에 꾸미기를 강요하는 가시적이거나 비가시적인 규정을 없애야한다.

외적인 꾸미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는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말부터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장을 안 했네!” 같은 ‘간섭’이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을 압박하는 폭력적인 말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아야한다. 혐오를 표현하는 것이 폭력이 되듯 다른 사람의 외모 또는 모습에 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쓸데없이 간섭’하는 것 또한 폭력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가게를 방문했을 때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어떻게 생기고 어떤 립스틱을 바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아르바이트생이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있느냐에 있다.

만약 우리가 지금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여성들에 대한 사소한 지적들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나아가 우리가 직장생활을 할 때 맞닥뜨릴 수도 있는 꾸미기 노동을 강요하는 직장분위기를 간과하게 될 것이고, 나 또한 어디선가 여성아르바이트생이 원하지도 않는 화장을 그녀에게 강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의 외모를 쉽게 평가하고 간섭하는 것을 조심한다면, 이런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 성불평등을 조금씩 없애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성불평등이 사라진 사회는 일하는 사람의 자유가 존중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고, 나아가 여성 남성 모두에게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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